甲은 아파트의 분양광고를 보고 청약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는 1000세대 중 19세대가 직접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분양사 측은 계약을 할 때까지 어떠한 공지도 없었습니다. 위 19세대는 모두 1층이지만 차가 지하로만 다닐 수 있는 구조이며, 지하주차장에서 세대로 들어가려면 다른 건물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해당 19세대의 분양가격은 엘리베이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세대와 동일합니다.
계약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甲 및 해당세대 당첨자들이 건설사에 항의하자, 지하1층에서 각 세대로 직접 올라올 수 있는 계단을 설치하겠다는 안만을 제시하였고, 해당 세대 계약자들은 다수가 노부모를 모시거나 어린 자녀를 두고 있어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건설사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계단만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없는 세대를 다른 세대와 동일한 가격으로 분양한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甲은 입주 이후에라도 이러한 부분을 배상 받을 수 있을지요?
사안은 고지·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혹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합니다.
우리 민법 제110조 제1항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때 '사기'는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마땅히 '고지 또는 설명할 의무가 있는' 사정에 관하여 침묵하는 부작위로도 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떠한 사정에 관하여 침묵한 것이 사기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고지 또는 설명의무가 있음이 먼저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부동산거래에 있어 거래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판 2006. 10. 12. 2004다48515 참조).
위 판례의 사실관계는 아파트 분양자가 아파트 단지 인근에 쓰레기 매립장이 건설예정인 사실을 분양계약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안인데, 甲의 사안에서는 '건물의 일층과 지하주차장을 오갈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없는 것을 수분양자들이 알았더라면 적어도 같은 가격으로는 해당 세대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는 점을 법관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할 수 있다면,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여지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증명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甲은 ⓐ 분양계약 자체를 취소하고 기지급한 분양대금 상당액을 반환받는 동시에 계약이 유효하였다고 신뢰하여 입게 된 손해(기회비용 등)의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고, ⓑ 분양계약 자체는 그대로 두고, 다만 고지·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의 배상(가령,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 아파트의 가치하락액 상당)만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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